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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 사건과 교황의 처세술

미얀마의 로힝야족 탄압 사건은 현대 인권사에서 중요한 사건 중 하나입니다. 이를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로힝야족의 역사적 배경과 미얀마의 정치적 상황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래는 이 사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배경 지식과 함께, 프란치스코 교황의 행보를 분석하는 내용입니다.

1. 로힝야족의 역사적 배경

로힝야족은 주로 미얀마의 서부 라카인 주에 거주하는 이슬람 소수 민족으로, 그 역사는 수 세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로힝야족은 자신들을 오랫동안 이 지역에 정착한 원주민이라고 주장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이들을 방글라데시에서 불법 이주해온 이민자들로 간주해왔습니다. 이로 인해 로힝야족은 미얀마 내에서 시민권을 인정받지 못한 채, 법적 지위가 없는 '무국적자'로 남아 있습니다.

로힝야족에 대한 차별과 박해는 오랜 기간 지속되어 왔지만, 2017년에 이르러 미얀마 군부가 대대적인 '소탕 작전'을 전개하면서 본격적인 인권 탄압이 시작되었습니다. 로힝야족은 미얀마 내에서 경제적, 정치적으로 소외된 계층이었고, 이들에 대한 배제는 미얀마 정부의 오랜 정책 중 하나였습니다. 미얀마는 1982년 시민권법을 통해 로힝야족의 시민권을 박탈했으며, 그 결과 로힝야족은 교육, 의료, 이동의 자유 등 기본적인 권리에서 배제되었습니다.

2. 2017년의 인종 청소 사건

2017년 8월, 로힝야 반군이 미얀마 경찰 초소를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고, 이를 계기로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족 전체에 대한 '소탕 작전'을 시작했습니다. 이 작전은 잔인하고 광범위하게 이루어졌으며, 수천 명의 로힝야족이 학살당하고, 수십만 명이 집을 떠나 인접한 방글라데시로 피난을 떠나야 했습니다.

유엔과 국제 인권 단체들은 미얀마 군부의 행동을 "인종 청소"로 규정했습니다. 보고된 바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는 로힝야족 마을을 불태우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학살하며, 여성과 어린이를 성폭행하는 등의 잔혹한 인권 침해를 자행했습니다. 약 70만 명 이상의 로힝야족이 난민으로 전락했고, 방글라데시 국경에 임시로 마련된 난민촌에서 비참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3. 미얀마의 정치적 맥락

이 사건이 발생할 당시, 미얀마는 아웅산 수치가 이끄는 민간 정부와 여전히 군부가 강력한 권력을 유지하고 있는 혼합적인 정치 체제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아웅산 수치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인권 지도자로서 국제적 명성을 얻었지만, 로힝야족 문제에 대해서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는 미얀마의 다수 민족인 버마족이 로힝야족을 적대적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와 군부의 강력한 영향력 때문이었습니다.

미얀마 군부는 이슬람 소수 민족인 로힝야족을 위험한 세력으로 간주하며 그들을 탄압했고, 대다수 미얀마 국민들 역시 로힝야족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군부는 이러한 국민 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며,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는 데 적극 활용했습니다.

4. 프란치스코 교황의 역할과 침묵

이런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7년 11월, 미얀마를 방문했습니다. 교황은 전 세계에서 평화와 인권을 옹호하는 지도자로서, 국제 사회의 큰 기대를 받았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교황이 미얀마 군부와 아웅산 수치 정부에 대해 로힝야족에 대한 탄압을 강력히 규탄하고, 인권을 지지하는 목소리를 낼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교황은 미얀마 방문 동안 로힝야족 문제를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미얀마 내 가톨릭 신자들을 보호하고, 군부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한 신중한 외교적 접근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교황은 미얀마에서의 정치적 불안정성과 군부의 권력을 인지하고 있었으며, 만약 그가 로힝야족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면 미얀마 내 가톨릭 신자들에게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침묵은 국제 사회와 인권 단체들의 강한 비난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교황이 종교 지도자로서 명확한 도덕적 입장을 취하지 않고 외교적 실리를 우선시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종교 지도자로서 약자와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할 책임을 다하지 않았다는 평가도 이어졌습니다.

5. 교황의 의도와 그 한계

프란치스코 교황의 침묵은 그가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과 미얀마 내 정치적 균형을 고려한 외교적 선택이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교황은 로힝야족 문제를 미얀마에서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방문 직후 방글라데시에서 로힝야 난민들과 만남을 가지며 그들의 고통을 인정하고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이는 교황이 전면적으로 침묵한 것은 아니며, 민감한 문제에 대해 외교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려는 의도였음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이러한 외교적 처세술은 종교 지도자로서의 도덕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국제 사회는 교황에게 높은 도덕적 기준을 기대하며, 그가 정치적 상황을 초월해 인권을 옹호하는 목소리를 낼 것을 요구했습니다. 교황의 침묵은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으며, 이는 그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게 만들었습니다.


결론:

프란치스코 교황이 미얀마 로힝야족 탄압 사건에서 침묵을 지킨 것은 정치적 상황을 고려한 신중한 접근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종교 지도자로서의 도덕적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웠습니다. 로힝야족의 인권 침해는 명백한 인종 청소로 규정된 중대한 사건이었기에, 교황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다루지 않은 것은 국제 사회에서 그의 도덕적 리더십에 의문을 남겼습니다.

 

                                                       

지난 5월 수교 당시 만난 교황(오른쪽)과 수치(왼쪽)[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방콕=연합뉴스) 프란치스코 교황이 '로힝야 인종청소' 논란이 불거진 미얀마와 방글라데시를 방문하지만, 유혈사태 현장과 난민촌에는 가지 않는다